in 2026

8. 바람을 따라 on 타켁루프 북변, 남파오 국경, 왕흐아 그리고 원점

Antiflow 2026. 3. 15. 15:26

바람을 따라 어디든 머문다.

 

빗 창살에 갇혀 있는 꽃잎 위에 머물고

 

어린 스님의 무거운 침묵 곁에 머물고

 

빼곡한 돌바위 틈틈에 머물고

 

돌바위를 건너는 가뿐 호흡의 박자에 머물고

 

높은 그림자에 짓눌린 너른 습지에 머물고

 

두꺼운 안개를 헤집는 날개 끝에 머물고

 

옅어진 안개 방울에도 머문다.

 

바람을 따라 언제든 떠난다.

 

국경의 이쪽으로 떠나고

 

국경의 저쪽으로 떠나고

 

석공의 아찔한 손끝으로 떠나고

 

꽃이 머문 자리로 떠나고

 

짙은 고독이 베긴 높은 땅으로 떠나고

 

그 땅에 서려진 쫓긴 이들의 슬픔으로 떠나고

 

그 땅을 벗어나는 아쉬움에서도 떠난다.

 

그리고 나니 다시 원점에 머물고, 원점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