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of 2024

5. 다시 벌이 모인다 at 몽족 설 축제 in 폰사완, 라오스 on 2024년 1월 13일

Antiflow 2024. 1. 14. 07:44

다시 벌이 모인다.

 

자연의 시간과 조건에 맞추어 꽃은 피고

 

꽃이 피는 때에 맞추어 벌이 꽃을 찾아든다.

 

꽃은 생식과 번식을 위해 매개체인 벌이 필요하고

 

벌은 무리의 보존과 번영을 위해 꽃의 꿀이 필요하다.

 

사랑의 공 주고받기, 폽폽은 몽족의 설 축제를 대표하는 행사이다.

 

 폽폽은 미혼의 남녀가 2열로 줄을 서서 공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탐색하고, 관심을 나타내고, 관심에 호응을 하면서

 

구애를 하고 혼사를 이루는 큰 행사이다.

 

주로 처자는 그 자리를 지키고 총각은 자리를 옮겨 다니며 공을 주고받는다.

 

관심은 공을 반복적으로 주거나 일부러 공을 놓치는 것으로 표현한다. 

 

공을 놓치게 되면 놓친 이는 소지한 물건 하나를 던진 이에게 줘야 한다.

 

지금에 와서 폽폽은 많이 변형되거나 변질된 것도 같다.

 

일단 남녀 성비는 여성이 훨씬 많으며

 

기혼의 남녀나 어린아이들도 포함한 가족이 놀이 삼아서 공을 주고받기도 한다.

 

시간이 흐른 만큼 세상의 논리나 가치가 바뀌는 것은 몽족 설 축제에서도 유효하다.

 

복장의 화려한 진화도 그럴 것이고 폽폽에 참가하는 동기도 그럴 것이다.

 

스마트폰과 SNS의 시대적 등장도 폽폽의 양상을 바꾸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친 듯하다. 

 

물론 구애의 전통도 여전히 남아있긴 하다.

 

화려하고 향긋한 꽃이 피니 사방에서 벌이 모여든다.

 

그 사이에 악취 나는 파리도 끼어든다.

 

구애를 표현하는 벌이 대부분이지만 호기심과 만만함에 날아든 파리도 있다.

 

벌의 대부분은 몽족이지만 파리의 대부분은 해외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이다.

 

벌은 꽃의 관습과 문화를 공유하며 같은 언어로 소통하지만 파리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파리들은 꽃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에서 벗어나 불완전한 의사로

 

과도한 기대를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밀접한 신체접촉을 하며 꽃을 꺾으려 든다.

 

벌이 되지 못해서 파리로 살아서는 안될 일이다. 

 

그저 1년에 한 번 부는 계절풍이 되어 꽃과 벌을 스치며 바라만 봐도 과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