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이, 최소한 2023년 2월의 라오스 빡세에서는, 온도와 습도에 좌우되는 것 같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영역은 에어컨 바람이 있는 객실로 한정된다. 사람을 만날 기회도, 사건이 생길 공간도, 사고를 할 범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딱히 나쁠 일은 아니지만 한계치인 3일을 보내니 환경에 사육되는 기분이 들어 선선한 볼라벤 고원으로 둥지를 옮긴다. 볼라벤의 세상, 특히 구석구석 골짜기의 변화는 더디다. 그럼에도 외부 세상과는 꾸준하게 교류하고 있고 확연한 변화도 목격된다. 언덕이 깎이고 물길이 바뀌고 건물이 생겨난다. 그대로 머무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치이니 불평이나 바램도 없다. 날씨도 그대로 머무질 않는다. 다시 서늘해져서 빡세로 내려간다. 사람을 만나 주변의 세상을 동행한다. 사건이 생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