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바이크 다이어리 4

6. 빡세-볼라벤 고원-왓푸-시판돈

삶의 질이, 최소한 2023년 2월의 라오스 빡세에서는, 온도와 습도에 좌우되는 것 같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영역은 에어컨 바람이 있는 객실로 한정된다. 사람을 만날 기회도, 사건이 생길 공간도, 사고를 할 범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딱히 나쁠 일은 아니지만 한계치인 3일을 보내니 환경에 사육되는 기분이 들어 선선한 볼라벤 고원으로 둥지를 옮긴다. 볼라벤의 세상, 특히 구석구석 골짜기의 변화는 더디다. 그럼에도 외부 세상과는 꾸준하게 교류하고 있고 확연한 변화도 목격된다. 언덕이 깎이고 물길이 바뀌고 건물이 생겨난다. 그대로 머무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치이니 불평이나 바램도 없다. 날씨도 그대로 머무질 않는다. 다시 서늘해져서 빡세로 내려간다. 사람을 만나 주변의 세상을 동행한다. 사건이 생겨..

Coronaized 2023 2023.02.24

28.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 - 일체유심조 ( 一切唯心造) in 호이안

마음이 마음에게 시킨다. 낮은 웃음조차 짓지 말라고 다그친다. 진혼의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부조리한 현상을 이치에 맞게 부수라 한다. 분노를 정제하지 말라고 한다. 지옥을 방치한 자에게 심판을 내리라 한다. 그날, 그곳의 고통을 느끼라고 한다. 그날, 그곳의 슬픔을 위로하라고 한다. 어리석음이 순환되는 공정이 부정이 되고 상식이 무식이 되는 불합리한 세상을 마음이 마음을 시켜 지나치지 말라고 한다. 다시 분노는 모인다. 불이 켜진다. 어리석은 고리를 끊는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고 부순다.

Coronaized 2022 2022.10.30

24. 떠나지 않았다면 모를 일들 from 아타프 to 빡세

머물렀다면 모를 일들 아타프Attapeau를 쓸어내리는 장대비를, 빗소리에 묻혀오는 추억을, 빗물에 초라해진 세상을. 몰라도 되는 일들. 머물렀다면 모를 일들 탕벵ThangBeng으로 가는 끈적이는 길을, 길 위에 쏟는 긴장을, 변방에 어울린 궁색을, 몰라도 되는 일들. 머물렀다면 모를 일들 자본이 고난을 해소하는 일을, 자본이 풍경을 바꾸는 일을, 자본이 사람을 모으는 일을, 자본이 자연에 어울리는 일을, 몰라도 되는 일들. 머물렀다면 모를 일들 빡세Pakse가 고향 같은 일을, 지난 내가 거기 있었다는 일을, 그러나 나는 머무를 수는 없다는 일을, 알아서 괜찮은 일들.

Coronaized 2022 2022.10.10

23. 길을 넘는다 from 베트남 다낭 to 라오스 아타프

잃어버려도 어쩔 수 없겠지만 부족해도 버틸 수 있겠지만 잊은 것은 없는지 채울 것은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을 한 후 태풍 '노루'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열흘 간의 다낭을 떠난다. 빗줄기를 피하며 환호를 받으며 떠나야 할 방향은 남서쪽이고 달려야 할 거리는 230km이다. 그 끝에는 라오스 국경에서 20km 떨어지고 캄보디아 국경에서 25km 떨어진 변방의 소도시, 플레이껀PleiCan이 있다. 플레이껀에서 깊은 밤을 보내고 캄보디아 국경으로 가는 고원을 들렀다가 베트남 보이BoY 국경 심사소에서 출국 신고를 하고 라오스 푸끄아PhuKeua 국경 심사소에 입국 신고를 오토바이와 함께 마친다. 달려야 할 방향은 서쪽이고 떠나야 할 거리는 100km이다. 좁고 굽고 거친 그 길에는 얼마되지 않은 마을과 얼마 ..

Coronaized 2022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