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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바이디 삐마이, 라오스 설날 물축제 in 폰사완, 씨엥쿠앙

어쩌다 보니 라오스의 맛을 알게 되고 어쩌다 보니 라오스를 떠돌게 되고 어쩌다 보니 라오스 설날을 10년째 보내게 되고 어쩌다 보니 라오스 폰사완을 수시로 찾게 되고 어쩌다 보니 폰사완에서 몽족 설날만큼 라오스 설날을 쇠게 되고. 매해 네 번째 달의 보름날에 라오스나 태국, 캄보디아에서는 해가 바뀌는데 부처와 조상에 대한 예를 바치고나서 부터 세상은 복을 뿌리듯 물을 뿌리고 복을 맞이하듯 물을 맞는 흥겨움으로 가득하다. 이때만큼은 사람이 가지는 편견은 물에 의해 녹아서 허물어지고 이때만큼은 사람이 가지는 감정은 물에 의해 녹아서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거리는 사라지고 사람 사이의 유대는 단단해진다. 몇 일 동안이라도. 어쩌다 보니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다니게 되고 어쩌다 보니 즐겁고 아름다운 ..

in 2025 2025.04.17

11. 폰사완-농헷-남칸 국경-폰사완

이러자고 한 것은 아닌데 푸짠, 폰사완 위앙마을의 몽족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놀이터 물소, 몽족의 삶에 바싹 붙어있는 가축 다우쩨, 몽족의 죽음을 감싸는 수의용 제지 민둥산, 몽족의 생존과 탐욕에 의해 태워지고 만들어지는 옥수수밭 농헷, 높은 변방에 치우친 라오스 몽족의 중심지 농헷 시장, 몽족의 언어가 거래를 지배하는 장소 떠다니는 소시장, 몽족만이 알고 찾는 고정되지 않은 시장 소몰이, 몽족만이 가능한 왼손의 오토바이몰이와 오른손의 소몰이 남칸 국경, 몽족에게는 그어지지 않은 경계 일요 국경시장, 두 나라의 몽족이 모이고 팔고 사고 먹고 노는 장터 파이당, 농헷 출신의 몽족 공산 혁명 지도자 추운길, 몽족이 걸었던 수천 년의 길 딱딱한 시선, 몽족이 가져야만 했던 세상에 대한 경계심 계단식 논, 므앙..

in 2025 2025.04.10

10. 위앙싸이-삼느아-힌탕-폰사완

깊고도 진한 꽃향이 피는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오던 때에 그랬던 것처럼 구름의 바다를 조심스레 건너서 수십 번 갈등만 하다가 다가가지 못한, 그래서 상상으로만 우뚝 서 있던 힌탕의 선돌을 찾아 수천 년 전의 손길을 이제야 잡아본다. 다시 높고도 거친 길을 달리어 위태롭고도 안타까운 생존의 방식을 또 지나치고, 모든 시간에 불어닥쳤던 모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우뚝 서 있는 기적같은 삶을 또 만난다. 고원에 오를 수록 구름의 바다가 있어야 할 자리에 화전의 연기가 짙어진다. 폰사완에서도 그러하여 모든 것이 흐릿하고 모든 것이 매캐하고 모든 것이 맵다. 다행히 가까워진 환절기의 비가 간간이 내리고 고원의 기압 차이로 인한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조금씩 조금씩 연무는 가라앉고 하나씩 하나씩 선명해지는 것이 늘어난다.

in 2025 2025.04.02

9. 위앙싸이-쏩바오-빠항 국경-다시 위앙싸이

좀처럼 떠나질 못한다. 그리고 나니 못 본 것이 보이고 낯선 것과 마주치고 하지 못한 것을 하고 알 수 없던 것을 익히고 익숙하지 않은 만족을 느끼고 그래서 더욱 떠나지 못한 위앙싸이의 머문 자리를 체류기한에 밀려 비운다 . 쏩바오를 거쳐 구름의 바다 위에 떠있는 빠항에 오르어 새로운 30일의 시간을 얻기 위해 베트남 롱삽 국경을 다녀온다. 그리고는 높은 구릉의 땅에 어울리지 못한 채 모든 바람을 맞으며 짙은 고독에도 쓰러지지 않은 시멘트 덩어리들에게 내가 나를 위로하듯 따스한 눈길을 한참 동안 보낸다. 그리고는 잊고 싶지 않은 얼굴들과 끝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잇기 위해 떠나온 그 자리, 위앙싸이이로 돌아온다.

in 2025 2025.03.17

8. from 므앙히암 to 삼느아, 나메오 국경, 위앙싸이

골마다 들어찬 운해를 건너거나 길마다 깔려있는 산안개를 뚫거나 흔적마다 서려있는 안타까움을 상기하거나 얼굴마다 지어지는 반가움을 나누거나 굽이마다 날리는 흙먼지에 괴로워하거나 그리하면서 오르고 또 올라, 북쪽에서 부는 찬 바람에 여전한 것은 익숙하게 새로운 것은 고통스럽게 모든 것이 떨어야만 했던 삼느아의 밤을 보내고, 궁색과 불편만이 따라붙는 길을 달려 동쪽의 끝점인 남소이 국경에서 새로운 기한의 시작점을 확인받고, 승리의 땅, 위앙싸이에서 보름동안의 한낮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속도에 맞추어 공간이 열어주는 방향을 따라 어느 곳에나 있는 어느 때에나 있는 승리한 자의 여유를 패배한 자의 조바심을 미뤄 짐작해 보고 보름동안의 밤마다는 이성이 제어하는 속도에 맞추어 감성이 제시하는 방향을 따라 더 머물러도 ..

in 2025 2025.02.28

7. 길, 기적, 속살 from 농키아우 to 므앙히암, 라오스

나는 오늘도 기적을 지나친다. 길이 있어서 가는 건지 가다 보니 길이 되는 건지 길이 길이 아닌 건지도 모를 길을 따라 살아있는 것이 기적처럼 보이는 삶을 지나쳐 한 때 라오스의 속살 같았던 므앙히암에 이른다. 지난날의 길 위에서 쌓인 먼지와 피로를 온천수로 씻어내고 새로운 속살을 엿보기 위해 길이 길이 아닌 건지도 모를 길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기적처럼 보이는 삶을 지나치며 심도를 깊게 하고 고도를 올린다.   리마사이트는 라오스의 속살을 갈기갈기 찢었다. 해발 1400미터의 나꿋 마을에는 리마사이트 36이 있었고 36에서 이륙한 전폭기는 이미 성한 것이 없는 라오스를 폭격했다. 속살은 상처에 덧대어서도 생겨난다. 기적처럼 푸안 사람들은 전란을 이겨가며 기적처럼 높고 춥고 외로운 땅에서 삶을 이어가고 ..

in 2025 2025.02.09

6. 므앙맷-까씨-루앙프라방-농키아우-므앙응오이

비포장 산길을 가로질러 므앙프앙을 떠나 므앙맷으로 간다. 몽족 마을인 농뽀에 들러 늦은 아침을 먹고 아이들과 말장난도 하며 여유를 부린다. 그리고 농뽀 마을을 3km 정도 벗어났을 무렵 오토바이 뒷쪽이 심하게 흔들린다. 가끔 있었던 이런 안 좋은 흔들림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뒷타이어에 어디서 박혔는지 모를 대못이 박혀서 플랫이 생겼다. 므앙맷까지 남은 30여 km의 길에는 마을이 없으니 다시 농뽀로 가야 한다. 농뽀에서 규격에 맞지 않은 튜브를 갈아 끼우고 해가 지기 전에 므앙맷에 도착한다. 시끄러운 므앙맷에서의 밤을 보내고 까시로 향한다. 길도 좋고, 산도 좋고, 물도 좋고, 그래서 마음도 좋다. 그렇게 푸까오 고개 밑의 마음 편한 숙소에 짐을 푼다. 푸까오 고개의 나쁜 뉴스는 해마다 우기에 들린다. ..

in 2025 2025.02.05

5. 므앙프앙 from 폰사완 via 빡산 and 비엔티안

축제는 끝나고 꽃은 지고 나는 다시 떠돈다.  길지만 짧았고 추웠지만 따스했던 축제를 마치고 마음을 추슬러 폰사완을 떠나 빡산으로 되돌아간다. 다시 체류기한 갱신을 위해 비엔티안의 농카이 국경을 다녀오고 몇 년 전부터 라오스 젊은이들에게 인기 여행지가 된 므앙프앙으로 이동한다. 남릭강의 맑은 물 위에서 밤을 보내는 낭만과 평원 위에 치솟은 서너 개의 석회 봉우리와 조용하고 느린 농촌의 풍경이 많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므앙프앙의 매력을 광고했다. 그 광고를 따라 늦었지만 값싸고 조용한 때를 맞추어 오게 된다.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문화유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북적한 밤의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특산품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광고에 보태는 또 다른 매력인   적절한 거리에 적절하게..

in 2025 2025.01.26

4. 꽃이 질 때 나도 진다 in 몽족 설날 축제 of 라오스 폰사완 - ep 4

전해 내려오는 설날은 정해져 있지만 언제 설날 축제를 위해 어디서 모이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고 알려주는 곳도 없다. 겨우 시작하기 한 달 전에야 수소문해서 알 수 있었다. 축제장에서 설날 축제가 끝이나고도 드문드문 전통복장을 입은 몽족 사람들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한 명 한 명 붙잡아 어디를 가는지 물어보니 다들 폰사완 종합운동장으로 놀러 간다고 한다. 바로 따라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랑의 공 던지기를 하고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소싸움을 응원하고 사진을 찍고 도박놀이를 하고 음식을 먹고 있다. 무려 8일 동안을 이곳에서 이렇게 더 논다는 것이다. 가뜩에나 공허함을 달랠 꺼리를 찾고 있었는데 덤같은 8일의 축제가 생겨 더없이 신이 난다. 이곳에서의 축제는 축제장에서의 축제보다 이미 떠난 사람이 많..

in 2025 2025.01.17

3. 꽃이 지니 세상이 진다 in 몽족 설날 축제 of 라오스 폰사완 - ep 3.

꽃이 지려 합니다. 그러니 벌이 떠나려 합니다. 광장은 다시 고운 색이 사라지고 달콤한 향이 사라지고 나긋한 소리가 사라져 비어지려 합니다. 붙잡지도 못하면서 떠나기가 아쉬워 광장을 여기저기 서성거립니다. 해마다 꽃이 지고 벌이 떠난 후에 깊은 상실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면서도 꽃이 지고 벌이 떠난 그날에 다시 꽃이 피고 벌이 날아드는 동짓달 그믐날을 벌써부터 기다립니다.  당분간은 꽃이 진 자리를 찾아다니고 벌이 떠난 곳을 가봐야겠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려야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n 2025 202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