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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이고 흩어진다 in 몽족 설날 축제 of 폰사완, 씨엥쿠앙, 라오스- ep 2.

모인다. 바람이 몰고 오는 추위도 모이고 햇살이 쐬여주는 따스함도 모이고 결혼 적령기의 처자의 아름다움도 모이고 짝을 찾는 총각의 간절함도 모이고 총각을 훑어 볼 처자 어머니의 꼼꼼함도 모이고 곧 처자가 될 소녀의 수줍음도 모이고 동급색 소년의 장난기도 모이고 부모 손에 끌려다니는 어린아이의 칭얼거림도 모이고 부모품에 안겨 온 갓난 아이의 낮잠도 모이고 호색한의 번들거리는 욕망도 모이고 나 같은 친몽파의 동정과 애정도 모이고 소문을 듣고 찾아온 객의 감탄도 모이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의 웃음도 모이고 명예를 얻기 위한 소의 이글거리는 승부욕도 모이고 한 해 동안 소를 훈련시킨 소주인의 간절함도 모이고 대목을 맞은 장사꾼의 바지런함도 모이고 판촉을 위한 기업의 광고 소리도 모이고 미인 선발대회에 나가는 후..

in 2025 2025.01.04

1. 세상에서 가장 강한 꽃이 핀다 of 몽족 설날 축제 1 in 폰사완, 라오스

또 시간이 찾아와서 또 공간을 연다. 그래서 수천 년 동안 빠짐없이 피었던 그 꽃이 어김없이 올해에도 핀다. 세상이 잊은 이름으로, 세상으로부터 내몰린 자리에서, 세상으로 향하는 당당함으로, 세상의 모든 색을 머금고, 세상의 모든 향을 담은, 동짓달 그믐날의 꽃이 핀다. 이 시간동안의 이 공간에서 만큼은 세상의 중심이고 무대의 주인공이고 역사의 서술자인 치우천황이 뿌린 씨앗의 꽃이 핀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흩어지지 않았고 수천리의 길위에서 쓰러지지 않았고 수천번의 총칼에도 꺾이지 않았고 수천번의 조롱에도 떨리지 않았고 수천번의 멸시에도 기죽지 않았고 수천번의 위협에도 무릎 꿇지 않았다. 앞으로의 시간이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의 공간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이 때의 이 자리에서 끝까지 꽃을 피울 것이다. 함..

in 2025 2025.01.01

41. 몽족 설날 축제로 가는 긴 여정 from 빡세 to 폰사완

최근 몇 년 동안 내 유랑의 1년 시간표의 마지막은 몽족 설날 축제에 맞춰졌다. 그 시간표를 작성하는 데에 주요 고려 요소 중의 하나는 체류기한 갱신 시점이다. 빡세에서 옥판사 축제를 끝내고 태국 총맥 국경에서 11월 1일에 체류기한 갱신을 한다.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40일 가량 머문 빡세를 떠나 사완나캣으로 간다. 시간표에 맞추어 사완나캣에서 태국 묵다한으로 11월 28일에 체류기한 갱신을 한다. 그리고도 보름을 사완나캣에서 최대한 무위 하면서 머문다. 시간표를 작성하는데에 또 다른 고려 요소 중의 하나는 공간의 선택이고 이동이다. 40일을 머문 사완나캣을 떠나 타켁루프의 남변 도로를 선택하고 이동한다. 뇨말랏의 익숙한 숙소에 방이 없어서 나까이로 급히 이동한다. 그래서 타켁루프의 동변 도로를 시간표..

On the road of 2024 2024.12.23

40. 2024 옥판사와 분송흐아 in 빡세, 라오스

카오판사, 일곱 번째 달의 보름 날에 결계를 맺습니다. 세상의 문을 닫고, 자신을 문을 엽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파고 들어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옥판사, 열 번째 달의 보름 날에 결계를 해제합니다. 사부의 대중이 절을 찾아 3개월의 정진을 마친 스님을 축하합니다. 깨끗한 밝은 적색 가사로 환복 한 스님은 3개월 동안 깨우친 지혜를 전해줍니다. 일곱 번째 달의 보름 날에 시작한 우안거는 성대한 축하와 명징한 설법으로 끝이 납니다. 우안거의 3개월 동안 스님만 닫힌 것이 아닙니다. 중생은 요란한 소리를 자제하고 화려한 잔치를 금합니다. 그래서 옥판사는 스님의 정진을 해제함과 동시에 사부 대중의 금욕을 해제하는 축제입니다. 8백 년도 더 된 오래전에 이 땅의 선조는 몽골군의 침략을 피해 좁고 긴 배를 타고..

On the road of 2024 2024.10.19

39. from 다낭 to 빡세

때가 되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철새처럼 다낭을 출발해서 쁠레이껀에서 밤을 보내고 보이 국경을 넘어 라오스 아따프를 지나 볼라벤 고원을 힘겹게 넘고서야 빡세에 이른다. 먹이가 풍부하고 기후가 적합한 곳에서 여러 날을 머무는 철새처럼 여러 날 동안 빡세를 어스렁거리며 친숙한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크게 변하지 않은 환경에 안심을 하고 익숙한 곳에서 잠을 잔다. 다만 떠나 있던 반년 사이에 개장한 메콩강변의 야시장과 밝아진 화교 회관 앞의 변화는 충분히 받아들여 즐길 수 있다.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철새처럼 다음의 도래지는 사완나캣이겠지만 1주일 후의 억판사 축제 때문에 아직 때를 맞추지는 못하고 있다.

On the road of 2024 2024.10.11

37. 독립과 종속 in 사파

1945년 9월 2일, 호찌민 주석은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과 더불어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이어지는 베트남 민주공화국의 건국을 선언했다. 이 위대하고 중요한 기념일은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국경일이자 연휴의 하나여서 수많은 사람들이 기념을 하며 여행을 즐긴다. 사파 역시 국경일의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여서 저지대의 많은 사람들이 선선한 공기를 찾아서, 기하학적인 계단식 논을 찾아서, 독특한 몽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문화를 찾아서 몰려온다. 그래서 사파 시내는 물론이고 판시판산, 깟깟마을, 따반마을을 비롯한 주변에는 사람과 차량이 몰려 복잡하고 시끄러워지며 그만큼의 돈이 몰리고 그 만큼의 가격이 오른다. 독립의 꿈을 오랫동안 꾸었던 몽족이 이곳에 산다. 지금은 잊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불과 몇 십 년..

On the road of 2024 2024.09.01

36. 무깡차이-사파-하장루프-사파

어쩌다 보니 3달 가까이 베트남 서북부를 맴돈다. 그대로 인 것 같지만 그대로 인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맴돈다. 그대로 인 것 같지만 그대로 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을 지나친다. 아직도 방치된 산사태 구간을 뚫고 무깡차이를 떠나 사파에 오른다. 아직도 길고도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을 지나친다. 그대로 일 것 같던 초록의 벼들은 그 사이 누런 빛깔로 익어간다. 그대로 일 것 같던 객의 얼굴은 하나 하나 바뀌었다. 그대로이지 않아서 세상은 사라지지 않고 사람은 살아진다. 사파에서 하장까지, 그리고 하장 루프의 긴 길을 달린다. 천국의 문턱을 건너고 요정의 가슴을 흠모하고 깐티 고개를 힘겹게 넘고 용이 오르다가 지쳐 쉰다는 탐마 고개에서 쉬며 백몽족 소년의 피리소리에 위로를 얻고 포방의 베트남-중국 국..

On the road of 2024 2024.08.29

34. at 몽응워MongNgua of 무깡차이, 베트남

여느 곳보다 깊고 높은 무깡차이의 지형은 많은 몽족을 불러들였고 많은 몽족은 계곡과 산을 깎고 메꾸어 많은 계단식 논을 만들었다. 그중의 한 지역인 몽응워는 무깡차이 시내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는 해발 고도가 시내보다 2~300m 높은 작고도 가난한 몽족 마을이다. 몽응워의 몽족 역시 산과 계곡의 능선을 따라 계단식 논을 만들었고 그 일부의 타원형 고랑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유명지가 되었다.  널리 알려진 라판탄이나 맘소이에 비해 숙박하기에 곤란하겠지만 무깡차이 시내에서 가까우니 오토바이로 반나절 동안 다녀올 수 있다. 다만 진입로의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서 자가운전에 특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며, 혹은 진입로 초입에 오토바이 택시들이 있으니 10만동~의 왕복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다. 가능한 ..

On the road of 2024 2024.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