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내가 늙고 병들면 보살펴 주겠다고 농담하던 '끼'가 결혼을 한다.
다낭에서 1달 동안 쌓인 게으름을 털어내고
익숙하고도 민첩하게 시동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늘 이 길을 다닐때는 게으른 속도로 3일을 달려 빡세에 도착하곤 했는데
이번만큼은 마음을 앞세워 이틀 만에 온다.
끼가 나를 도와준다고 찾아온 때가 2016년이니 햇수로 8년이 된다.
작고 가녀려서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내가 일을 관둘 때까지 가장 크고 단단한 도움을 주었다.
더구나 주변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나가는 현명한 소녀가장이기도 했고
본인보다 더 어려운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선한 이웃이기도 했다.
띠는 꽤 듬직하고 성실하며 자상한 끼의 오래된 연인이고
어렵고 힘든 끼의 시절에도 항상 끼의 곁에서 버텨주는 믿음이 가는 청년이다.
그래서 둘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서 응원도 많이 했고 잔소리도 많이 했다.
그런 끼와 띠가 드디어 결혼식을 올린다.
아버지가 없는 끼가 띠의 부모님에게 아버지라고 소개한다.
더 아껴주지 못하고 더 챙겨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파온다.
띠에게 다시 한 번 지금처럼만 사랑하며 살고 절대 끼를 아프게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끼는 밝고 착하고 현명해서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것이고
띠는 그런 끼의 부족한 일생을 잘 알고 있으니 누구보다 끼를 사랑해 줄 것을 믿는다.
결혼식장에서 6년전 푸쿤 딸기농장에서 일하던 쑥을 보게 된다.
간간히 연락을 하며 고향인 빡세에서 일한다는 것을 듣긴 했지만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
듣고 보니 띠의 남동생의 여자친구라고 하니 인연의 한 줄이 더 보태어 맺어지게 되었다.
예식은 여느 라오스 시골 결혼식처럼 많은 친척과 친구가 신혼집을 찾아 떠들썩하게
비어라오를 마시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으로 둘의 결혼을 축하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자리에 앉아있어도 끼와 띠의 웃음을 보니 하나도 지루하지도 피곤하지도 않다.
*끼의 결혼을 축하해 준 포항의 민철님, 서울의 밀짚님, 대구의 먼산님에게 끼를 대신해서 감사함을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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