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of 2024 41

31. 무거운 길 from 수판 to 마이쩌우

시간이 되었다. 깊고 깊은 평안에서 깨어나야 하고 지나친 여유에서 조금은 바빠져야 하고 제한된 초록의 색계를 벗어나야 하는, 수판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니  여섯 살 아이의 등허리를 짙누르는 고통만 보이고 생존을 위한 그 아이의 바쁜 몸짓만 보이고 세상의 빛에 잠긴 그 아이의 그림자만 보인다. 그럼에도 수판에서의 긴 날들을 짧게 기억하려는 것 처럼 산사태의 불안보다 무거운 그 아이의 잔상을 버리고 버리려 애쓴다.   그렇게 마이쩌우까지의 버려도 무거운 긴 길을 달린다.

On the road of 2024 2024.07.24

30. 몽족의 지위 around 수판 of 사파

몽족의 지위는 제일 높다. 비록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지위는 그렇지 않더라도 지리적 고도만큼은 라오스에서도, 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제일 높다. 사파와 그 주변에서도 그러하여 고도가 낮은 무앙보에는 따이족과 지아족이 많이 살며 그보다 고도가 높은 반덴이나 따반, 타빈에는 붉은 자오족이 상대적으로 많고 그 이상의 고도인 수판이나 라오짜이, 이티, 사파 등에는 몽족의 비율이 높다. 이런 지위 차이가 '주류와의 친밀도'에 반비례해서 형성된 것인지 모를 일이고, 더구나 몽족의 경우는 수천 년의 디아스포라 과정 중에서 만들어진 '안전한 정착지는 높은 산, 깊은 계곡'이라는 역사적 유전인자가 발현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 땅이 가파르고 거칠어 먹고살기에 불가능할 정도라는 것은 차후 문제였을 것이다..

On the road of 2024 2024.07.15

29. 단조로움이 주는 평온 around 수판 of 사파

수판에서 1달 이상 머물기로 작정을 하니 다녀 볼 시공간이 넘친다. 이린호YLinhHo는 라오차이와 깟깟 사이에 있다. 여느 곳 보다 가파른 산사면에 길을 내고 집을 짓고 논을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사파 인근에서 가장 극단적인 계단식 논이 있고 그런 이유로 가장 숨이 차는 길을 즐기는 객이 많다. 다시 비가 없는 날을 잡아 남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반덴과 므앙보를 지나 호앙리엔 국립공원의 속을 파본다. 들어 갈수록 길은 거칠고 사람은 드물고 들어 갈수록 산은 깊고 물은 맑다. 들어 갈수록 숨어 살아야 했던 몽족의 고난이 깊게 전해진다. 비 내리는 날이 잦다. 어쩔 수 없이 전망이 좋은 숙소의 옥상에서 늘 다른 구름을 따라가고 늘 다른 바람을 쐬고 늘 다른 밤을 맞이한다. 잠시라도 비가 그치면 단골이 ..

On the road of 2024 2024.07.11

26. 일상 in 수판 of 사파

수판SuPan에서의 지난 5일을 필요할 때에 일어나서 숙소의 강아지들과 반가운 아침 인사를 나누고 간단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숙소의 조식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는 비가 없는 날이면 숙소 뒷편의 수판 마을이나 계곡 건너편의 따반 마을, 혹은 따반 마을 위쪽의 라오차이 마을에서 초록에 쌓인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친절하게 상업화된 혹은 수줍어하는 몽족 사람들이나 자오Dzao족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거나 소소한 매매를 하며 보낸다.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빗소리에 쌓여 더욱 평화롭고 조용해진 숙소에서 비에 젖어가는 초록에 눈이라도 젖거나 비에 쫓기는 사람들을 눈으로라도 쫓거나 비에 심심해진 강아지들을 달래며 한나절을 보낸다. 어둑해질 무렵이면 숙소에서의 정성이 담긴 저녁을 먹고 깨끗하고 선선하고 가벼운 공..

On the road of 2024 2024.06.25

25. 다시 수판 of 사파 from 무깡차이

수판SuPan은 흑몽족의 영역이다. 무덤덤히 무깡차이를 떠나 모를 심는 노동을 지나고 찻잎이 익어가는 소리를 지나고 진흙길에 쌓이는 피곤을 지나고 호앙리엔HoangLien 산맥의 가파른 고개를 지나고 고도 2000m에 부는 쌀쌀함을 지나고 사파의 번잡을 지나 다시 흑몽족의 땅, 수판에 이른다. 노동이 잠시 쉬어가는 수판에 이른다. 모가 크는 소리로 가득한 수판에 이른다. 길 위에서 쌓은 피곤이 녹는 수판에 이른다. 고산에 숨은 사람의 흔적이 비경이 되는 수판에 이른다. 고도 1000m의 온화한 바람이 부는 수판에 이른다. 자연의 질서가 우선인 수판에 이른다. 길지도 짧지도 않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수판에 머물 작정이다.

On the road of 2024 2024.06.21

24. 다시 무깡차이 via 나메오-목쩌우-선라-므앙라

다시 수직의 세상, 무깡차이를 찾아간다. 비엥싸이를 떠난다. 나메오 국경을 건넌다. 목저우를 거친다. 선라에서 밤을 보낸다. 따이족을 만난다. 므앙라에 도착한다. 다강을 거스른다. 279번 국도를 거스른다. 따이족을 거스른다. 다강이 거스른다. 279번 국도가 거스른다. 따이족이 거스른다. 그 사이 사람이 죽고 소가 죽고 슬픔이 죽는다. 기어코 무깡차이에 다시 온다. 아직도 몽족은 게으르지 않다. 돌을 고르고 둑을 다지고 물을 받고 모를 옮기고 모를 심고 볕알을 말리고 계단을 높이며 오직 수직으로만 영역을 넓히지만 아직도 몽족은 수평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On the road of 2024 2024.06.18

23. 새로운 길,삼느아-므앙엣-솝바오-비엥싸이

후아판주 삼느아Xamneua에서 위엥싸이(비엥싸이,Viengxay)로 가는 길은 두 길이 있다. 6번 국도를 타고 25km를 가는 흔한 길이 있고 북쪽의 므앙엣MuangEt과 동쪽의 솝바오Sopbao를 거쳐가는 180km의 드문 길이 있다. 흔한 이유로 늘 25km의 길을 따라 다녔는데 이번에는 드문 이유로 180km의 길을 따르기로 한다. 지금까지는 흔하고 드문 길의 삼거리에서 관성이 자연스럽게 작용했으나 이번에는 관성을 거스를 때도 된 것 같아, 더구나 삼느아에서 므앙엣까지 산길이 포장되었으니 괜찮을 일이다. 삼느아에서 푸꽁Phoukong까지 50km의 길은 비록 고도 1000m의 산정길이긴 하지만 공항 신청사 완공과 함께 최근에 포장되기도 했고 대형 화물 차량이 드물게 다닌 탓에 도로 파손이 없다...

On the road of 2024 2024.06.14

22. 11시간 동안 담은 240km from 폰사완 to 삼느아 in 라오스

나는 오늘도 무사했다. 변경의 폰사완을 떠나 더욱 북서부의 변경인  후아판Houaphan주 삼느아Xamneua로 떠난다. 삼느아-므앙엣MuangEt-솝바오-Sopbao-비엥싸이를 도는 우기의 후아판 루프가 궁금하기도 하고 베트남 동북부의 목쩌우, 무깡차이, 사파를 가기 위한 최적의 나메오 국경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우기의 주행전에는 필히 출발지와 도착지의 일기예보와 위성사진을 참고해서 일정을 잡는다. 다행스럽게 오늘은 한 시간 정도의 짧은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편하게 여장을 싸고 시동을 건다. 폰사완에서 삼느아로 가는 240km의 길은 고도 1000m 1700m 사이를 쉼 없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씨엥쿠앙 고원과 후아판 산군락을 관통해야 하기에 산굽이가 유난히 많다. 더구나 중앙에서 소외된 변방의 6번,..

On the road of 2024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