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of 2024 41

21. 초대 to 6월의 폰사완, 씨엥쿠앙, 라오스

폰사완의 6월 여행자 거리, 우기의 비수기인 탓에 더욱 한산하다 옛 푸캄 시장, 점점 허물어진다 옛 푸캄 시장, 그대로 머무는 것이 이곳에도 없다 옛 푸캄 시장, 그대로 머물지 않아도 된다 씨엥쿠앙 뷰 호텔, 폰사완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씨엥쿠앙 뷰 호텔, 폰사완은 높고도 너른 땅이다. 6월의 바람, 높고도 넓어서 물기 먹은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온다 6월의 구름, 바람을 따라 비구름이 사방에서 모이고 흩어진다 6월의 비, 구름 끝에 메달린 빗줄기는 아직은 얇고도 짧다 청춘, 막막하지만 두렵진 않다 몽족, 반년이나 남은 설을 준비한다 시장, 사람이 모인다 시장, 재화가 모인다 시장, 욕망을 교환한다 길, 보름을 머문다 길, 기한에 이른다 길, 삼느아로 떠날 작정을 한다 길, 12월의 당신을 기다린다

On the road of 2024 2024.06.09

20. 다시 폰사완, 라오스

10년 가까이 경험한 폰사완은 라오스에서 최고의 피서지이자 피우지이다. 우기에 접어드는 지금은 비구름이 빠르게 모여지고 빠르게 비를 퍼부은 후  또 빠르게 흩어진다. 그래서 비구름이 없는 아침을 잡아서 빡세를 떠난다. 빡세에서 폰사완으로 가는 길은 빡산을 거쳐서 가는 조금 편안하고 빠른 길이 있고 타켁루프의 남변과 동변을 거쳐 북변의 빠카 삼거리에서 1번 도로로 바꾸어 가는 조금 불편하고 먼 길이 있다. 불편하고 먼 대신에 석회산 줄기의 역동적인 흐름과 남튼 호수의 음울한 적막을 맛볼 수 있고 높은 산과 깊은 골의 외진 곳에 모여 사는 몽족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도 820km의 이 길을 택한다. 사완나캣과 뇨말랏의 익숙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까이 고원에 오른다. 우기의 시..

On the road of 2024 2024.05.28

19. 다시 빡세

베트남의 체류기한이 다가오니 라오스로의 방향을 결정한다. 며칠의 여유가 있으니 느린 속도로 쁠레이껀을 거쳐 보이BoY국경에 이른다. 무난하고 무사하게 오토바이와 함께 라오스 입국 절차를 마친다. 아따프를 거쳐 벵푸캄 삼거리를 돌아 볼라벤 고원 방향으로 오른다. 고원의 장대비를 피하려 속도를 멈춘다. 싸고 담백한 고원의 두리안을 맛보려 다시 속도를 멈춘다. 밤이 오기 전에 빡세에 도착하려 속도를 높인다. 우기는 이미 시작되어 하루에 한 두 차례 긴 비가 내린다. 빗속에서 오늘을 머물며 친숙하고 편안한 과거를 만난다. 그리고 북으로 가는 내일의 긴 빗길 종단을 기대한다.

On the road of 2024 2024.05.23

18. 팽창과 수축 in 호이안, 베트남

지나치게 햇살이 풍부한 날 가시 영역의 모든 것이 팽창한다. 길이 팽창하고 물이 팽창하고 집이 팽창하고 공간이 팽창한다. 어제가 팽창하고 오늘이 팽창하고 내일이 팽창하고 시간이 팽창한다. 이야기가 팽창하고 호기심이 팽창하고 욕망이 팽창하고 사람이 팽창한다. 그러다가 문득 지나치게 햇살이 풍부한 날 내 안의 모든 것이 수축하는 것을, 나의 이성이 말라가고 나의 감성이 둔해지고 그래서 나의 방향이 보이질 않고 나의 속도가 느려진 것을 알아차린다.

On the road of 2024 2024.05.05

17. from 타땡, 라오스 to 다낭 & 호이안, 베트남

라오스 체류기한이 다가온다. 길게 머문 타땡을 떠난다. 라러이 국경을 넘는다. 다낭의 바다에 닿는다. 해변을 옮겨 다닌다. 호이안으로 내려간다. 외진 곳을 찾는다. 찾기가 어렵다. 덥기도 하다. 남호이안으로 더 내려간다. 바구니배가 망그로브 숲길을 헤쳐나간다.  배의 앞에서 노를 원형으로 저어 나간다. 위협 수준의 호객을 무시한다. 꾸아다이 대교를 넘는다. 대교 아래에서 며칠을 머문다. 외진 곳을 찾는다. 찾기가 쉽다. 의미가 없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나니 바람이 시원하다.

On the road of 2024 2024.04.30

16. 고원의 변경 around 볼라벤 고원, 라오스

연일 40도를 넘는 빡세의 무더위에 몸과 마음의 균형이 어긋난다. 그런 이유로 전에 없던 몸의 통증이나 마음의 불편함이 생겨난다. 다행히 피서를 하며 휴양을 할 수 있는 볼라벤 고원이 멀지 않다. 겸해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고원의 경계를 밟는다. 왇위리위왁은 고원의 남쪽 경계면의 해발 1200미터 산정에 있는 사찰이다. 고원의 남쪽 고도는 여기를 기점으로 하여 점차 낮아진다. 대기가 맑으면 남쪽의 구릉지 굽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찰 뒤편의 언덕에는 용암과 바람과 물과 햇살이 시간을 곱하고 나누어 다듬은 너른 평석 바위와 그 바위 아래의 명상하기에 좋은 좌대가 있고 평석 바위 맞은편에는 기묘한 생김의 촛대 바위가 있다. 빡송의 갈림길에서 사멕폭포Tad Samek 방향으로 20여 km를 가다가..

On the road of 2024 2024.04.02

15. 끼의 결혼식 in 빡세, 라오스

훗날 내가 늙고 병들면 보살펴 주겠다고 농담하던 '끼'가 결혼을 한다. 다낭에서 1달 동안 쌓인 게으름을 털어내고 익숙하고도 민첩하게 시동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늘 이 길을 다닐때는 게으른 속도로 3일을 달려 빡세에 도착하곤 했는데 이번만큼은 마음을 앞세워 이틀 만에 온다. 끼가 나를 도와준다고 찾아온 때가 2016년이니 햇수로 8년이 된다. 작고 가녀려서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내가 일을 관둘 때까지 가장 크고 단단한 도움을 주었다. 더구나 주변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나가는 현명한 소녀가장이기도 했고 본인보다 더 어려운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선한 이웃이기도 했다. 띠는 꽤 듬직하고 성실하며 자상한 끼의 오래된 연인이고 어렵고 힘든 끼의 시절에도 항상 끼의 곁에서 버텨주는 믿음이 가는 청년이..

On the road of 2024 2024.03.21

13. 동쪽으로 간 까닭 from 빡세 to 라러이 국경

빡세에서의 깊이 머문 자리를 정리한다. 40도의 더위도 싫고 뒤따라 오는 습기는 더욱 싫다. 본격적인 화기에 깔리는 탁하고 매운 대기는 더더욱 싫다. 그래서 땃로를 지나고 살라완을 지나고 국경을 넘어 바다가 있는 다낭으로 길을 나선다. 그 길에서 마을 축제를 위해 모금을 하는 콘렝 마을의 소녀를 만나고 5일 동안 가마를 구워 한 포대에 1200원 하는 숯을 파는 가족과 수박을 나눠먹고 천 년 전의 왓깡 사원을 받치던 나무 기둥을 손 끝으로 느끼고 사원에서 지원하는 학교의 우등생을 응원하는 시상식을 참관하고 지난번에 어둠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던 사원의 화려함을 다시 보게 되고 다시 한번 불경 도서관의 위엄에 경외심을 가지고 부모의 일손을 돕는 까땅족 소년의 매운 손끝에 놀라고 사무아이족 아이들로부터 배부른..

On the road of 2024 2024.02.22

12. 과거와의 조우 in 왓푸, 볼라벤, 왓토모, 시판돈

in 왓푸 선명했던 사람 박제되었던 이름 서글펐던 그리움 간절했던 소망 고통스러웠던 자학 in 볼라벤 세상에 없었던 라웨 사람들 상품이 되어버렸던 삶 한기에 떨던 까룸 사람들 연했던 물담배 냄새 백번을 넘게 온 땃로 한 번의 어리석었던 밤 백 명이 넘는 선한 동행자들 한 명의 사랑스러웠던 얼굴 in 왓토모 단단했던 침묵 날카로웠던 눈빛 허약했던 믿음 in 시판돈 누구나 그런 줄 알아서 스스로 섬이 되었고 스스로 고립되었고 누구나 그런 줄 알아서 짧게 사랑했고 길게 이별했고 누구나 그런 줄 알아서 길을 찾지 못했고 아직도 헤매고

On the road of 2024 202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