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체류기간 갱신 between 사완나캣 and 묵다한 체류기간이 5일 정도 남아서 사완나캣 버스 터미널에 오토바이 주차를 한다, 10시 30분 태국 묵다한 행 국제버스를 탄다, 제2 우정의 다리를 건너기 전 라오스 출국 심사소에서 심사를 한다, 태국 입국 심사소에서 빠른 입국 심사를 한다, 묵다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남은 동전으로 12시 30분 발 사완나캣행 버스표를 끊고 21밧어치의 음료를 마신다, 태국 출국 심사를 하고 메콩을 건너 13시 무렵에 라오스 입국 심사를 마친다. On the road of 2024 2024.01.29
10. 남행 : 폰사완-위엥통-타랑-뇨말랏-농복-사완나캣 봄풀처럼 뜨겁고 웅장한 폰사완의 설날 축제는 재만 남기고 꺼졌다. 더러 산정 마을에는 잔불처럼 불꽃이 꺼지지 않았지만 긴 길을 두고 쬘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해, 타비엥에서 파카 삼거리까지도 카사바를 심기 위해 엄청나게 산과 땅을 태웠다. 그렇게 파괴의 검은색으로 남을 줄 알았는데 생명의 녹색이 군데군데 보이니 다행이다 싶다. 위엥통의 새로운 숙소에서 밤을 보내고 락사오를 거쳐 남파오 국경으로 향한다. 사정을 해서 오토바이에 대한 가벼운 벌금으로 베트남으로 넘어갈 심산이었지만 아예 넘어가지 못한다는 라오스 심사관의 단호함에 빨리 포기하고 돌아서 나온다. 플랜 B는 퐁냐로 넘어가는 나파오 국경에서 도전하는 것이었는데 남튼 호수를 보면서, 나까이 고원을 달리면서, 뇨말랏에서 이틀을 머물면서 플랜 C인 버틸.. On the road of 2024 2024.01.22
9. 다시 꽃이 지다(7) at 몽족 설 축제 in 라오스 씨엥쿠앙 폰사완 on Jan 17, 2024. 다시 꽃이 진다 꽃이 지니 세상의 색은 사라지고 향은 사라지고 소리는 사라진다 꽃이 지니 가슴의 뜨거움은 사라지고 그리움은 사라지고 기다림은 사라진다 꽃이 지니 언어의 형용구는 사라지고 감탄사는 사라지고 느낌표는 사라진다 꽃이 지니 바람은 차지고 해는 짧아지고 어둠은 깊어진다 꽃이 지니 눈은 침침해지고 귀는 어두워지고 입맛은 사라진다 꽃이 지니 가야 할 먼 길이 놓여있고 싸야 할 짐이 보이고 만나야 할 약속이 생각난다 꽃이 지니 지나간 일주일이 아쉽고 다시 꽃 필 일 년이 보이질 않고 꽃이 지니 세상도 혼자이고 나도 혼자이다 On the road of 2024 2024.01.17
8.다시 꽃잎이 떨어진다 at 몽족 설 축제 in 라오스 씨엥쿠앙 폰사완 on Jan 16, 2024. 축제는 막바지에 이른다 그래서 5일 동안 함께했던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지 않는다 광장의 공터가 늘어난다 사랑의 공 던지기 행렬이 짧아진다 쓰레기 더미가 쌓여 악취가 난다 귀가 시간이 빨라진다 천막을 걷고 탁자를 치운 상점들이 생긴다 언덕을 오르는 발길이 줄어든다 가까운 곳에 주차하기가 쉬워진다 꽃잎은 점점 떨어진다 벌은 점점 날아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은 색으로 화려하고 향으로 풍성하고 소리로 즐겁다 아직 꽃은 지지 않았고 남은 벌은 비행을 멈추지 않는다 아직 꽃이 진 것도 아닌데 벌써 가슴 안에 구멍이 생겨난다 벌써 지난 몇일의 축제가 그립다 벌써 다음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조바심이 생긴다 On the road of 2024 2024.01.17
7. 다시 꽃을 키우다(5) at 몽족 설 축제 in 라오스 씨엥쿠앙 폰사완 on Jan 15, 2024. 말로도 꽃을 때리지 마라 미소로도 꽃을 속이지 마라 칭찬으로도 꽃을 무시하지 마라 이름이 없더라도 볼품이 없더라도 외진 곳에 피더라도 하늘의 시간과 땅의 공간이 기적처럼 교차한 지점에서 만나 숨을 넣고 싹을 틔우고 잎을 만들어 피운 꽃을 긴 비에 젖고도 찬 바람에 날리고도 뜨거운 햇살에 녹고도 피운 꽃을 말로도 때리지 마라 미소로도 속이지 마라 칭찬으로도 무시하지 마라 그러지 못한다면 몇 걸음 떨어져서 바라만 보아라 On the road of 2024 2024.01.16
6. 다시 바람이 분다 (4) at 몽족 설 축제 in 라오스 씨엥쿠앙 폰사완 on Jan 15, 2025. 나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팔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감싸주지 못합니다 나는 다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가지 못합니다 나는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속삭이지 못합니다 나는 가슴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합니다 나는 욕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가지지 못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형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만지지 않아도 되고 나는 소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나를 듣지 않아도 되고 말하지 않아도 되고 나는 숨결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나를 느끼지 않아도 되고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On the road of 2024 2024.01.15
5. 다시 벌이 모인다 at 몽족 설 축제 in 폰사완, 라오스 on 2024년 1월 13일 다시 벌이 모인다. 자연의 시간과 조건에 맞추어 꽃은 피고 꽃이 피는 때에 맞추어 벌이 꽃을 찾아든다. 꽃은 생식과 번식을 위해 매개체인 벌이 필요하고 벌은 무리의 보존과 번영을 위해 꽃의 꿀이 필요하다. 사랑의 공 주고받기, 폽폽은 몽족의 설 축제를 대표하는 행사이다. 폽폽은 미혼의 남녀가 2열로 줄을 서서 공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탐색하고, 관심을 나타내고, 관심에 호응을 하면서 구애를 하고 혼사를 이루는 큰 행사이다. 주로 처자는 그 자리를 지키고 총각은 자리를 옮겨 다니며 공을 주고받는다. 관심은 공을 반복적으로 주거나 일부러 공을 놓치는 것으로 표현한다. 공을 놓치게 되면 놓친 이는 소지한 물건 하나를 던진 이에게 줘야 한다. 지금에 와서 폽폽은 많이 변형되거나 변질된 것도 같다. 일단 남녀 성비.. On the road of 2024 2024.01.14
4. 다시 꽃에 취하다(2) at 몽족 설 축제 in 폰사완, 라오스 on Jan 12, 2024. 다시 꽃에 취한다 1년을 기다리고 수백만 리를 돌고 돌아온 자리에서 다시 피어난 꽃에 취한다 화려한 색에 취하고 향긋한 온기에 취한다 잔잔한 미소에 취하고 부드러운 말끝에 취한다 온 종일 취해서 온 들판을 헤매이지만 배 고프질 않고 다리 아프질 않다 그래서 더욱 아무나 꺽지 못하는 함부로 꺾어서 안 되는 고원의 들꽃에 취한다. On the road of 2024 2024.01.13
3. 다시 꽃이 핀다 (1) at 몽족 새해 축제 in 씨엥쿠앙 폰사완, 라오스 on 2024년 1월 11일 다시 꽃이 핀다 높은 산능성이를 따라 다시 꽃이 핀다 깊은 골짜기 끄트머리까지 다시 꽃이 핀다 찬 바람에 얼지 않고 다시 꽃이 핀다 뜨거운 햇살에 타지 않고 다시 꽃이 핀다 다시 꽃이 핀다 불편한 시간을 견뎌 다시 꽃이 핀다 가난한 운명에 엮여 다시 꽃이 핀다 서러운 기억으로 다시 꽃이 핀다 잊히는 이름으로 다시 꽃이 핀다 다시 꽃이 핀다 뿌리 넓은 꽃이 다시 핀다 줄기 질긴 꽃이 다시 핀다 향기 진한 꽃이 다시 핀다 세상의 모든 색을 담은 들꽃이 다시 핀다 On the road of 2024 2024.01.11
2. 몽족 로드 between 폰사완 and 남칸 하루는 느린데 반해 한 달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아마 긴 길을 달리며 생겨난 시간에 대한 무심함과 아직 그 길의 끝을 정하지 않은 이완된 유랑이 곱해져서 생겨난 착시인 듯하다. 여하튼 무비자 체류 갱신을 위해 남칸을 다녀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그래서 다시 체류 갱신을 위해 폰사완의 차가운 아침 바람에 일어나 므앙캄을 거치고 농헷을 거쳐 남칸 국경으로 간다. 폰사완에서 농헷에 이르는 120여 km의 길을 '몽족 로드'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이유는 폰사완이 지금의 몽족 중심 도시이고 농헷이 과거의 핵심 마을이며 이 두 곳을 잇는 7번 국도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몽족의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길은 '옥수수 로드'이기도 하다. 아마 험한 지형이나 암석 지질,.. On the road of 2024 20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