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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시 꽃이 핀다 (1) at 몽족 새해 축제 in 씨엥쿠앙 폰사완, 라오스 on 2024년 1월 11일

다시 꽃이 핀다 높은 산능성이를 따라 다시 꽃이 핀다 깊은 골짜기 끄트머리까지 다시 꽃이 핀다 찬 바람에 얼지 않고 다시 꽃이 핀다 뜨거운 햇살에 타지 않고 다시 꽃이 핀다 다시 꽃이 핀다 불편한 시간을 견뎌 다시 꽃이 핀다 가난한 운명에 엮여 다시 꽃이 핀다 서러운 기억으로 다시 꽃이 핀다 잊히는 이름으로 다시 꽃이 핀다 다시 꽃이 핀다 뿌리 넓은 꽃이 다시 핀다 줄기 질긴 꽃이 다시 핀다 향기 진한 꽃이 다시 핀다 세상의 모든 색을 담은 들꽃이 다시 핀다

On the road of 2024 2024.01.11

2. 몽족 로드 between 폰사완 and 남칸

하루는 느린데 반해 한 달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아마 긴 길을 달리며 생겨난 시간에 대한 무심함과 아직 그 길의 끝을 정하지 않은 이완된 유랑이 곱해져서 생겨난 착시인 듯하다. 여하튼 무비자 체류 갱신을 위해 남칸을 다녀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그래서 다시 체류 갱신을 위해 폰사완의 차가운 아침 바람에 일어나 므앙캄을 거치고 농헷을 거쳐 남칸 국경으로 간다. 폰사완에서 농헷에 이르는 120여 km의 길을 '몽족 로드'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이유는 폰사완이 지금의 몽족 중심 도시이고 농헷이 과거의 핵심 마을이며 이 두 곳을 잇는 7번 국도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몽족의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길은 '옥수수 로드'이기도 하다. 아마 험한 지형이나 암석 지질,..

On the road of 2024 2024.01.08

1. 먼지길 600리 from 방비엥 to 폰사완

25년을 함께 한 오래되고 늘어진 복대를 2023년과 함께 보내고 푸켓의 지인이 선물 한 새롭고 탄력 있는 복대를 2024년과 함께 맞이한다. 방비엥에서 연말과 연시를 함께 보낸 다감한 지인들을 차례차례 보내고 방비엥에서 푸쿤을 지나 폰사완에 이르는 230km의 잔인한 먼지길을 맞이한다. 새로운 길이 놓여지고 편리한 수단이 공급되니 오래된 길은 잊혀지고 무너져 먼지가 된다. 길이 먼지가 되니 풍경도 먼지처럼 잊혀질 지경이다. 푸쿤 전망대는 아직도 닫혀있고 푸쿤은 더욱 높고 외롭고 쓸쓸한 섬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들꽃 같은 몽족은 먼지길을 오가며 깊고도 넓게 뿌리를 내리고 질기고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해가 바뀐 연초의 길고도 진한 먼지길 그 끝, 폰사완에서 유령처럼 떠돌다가 들러붙은 먼지를 씻어낸다, ..

On the road of 2024 2024.01.04

24. 남칸-폰사완-타켁루프-타켁루프-비엔티안

달린다. 고분 하게 살지 않은 몽족의 설을 달리고 수백 킬로에 떠도는 안개 같은 먼지를 헤치며 달리고 보름동안에 세번의 같은 루프를 달리고 의미없는 스무 일을 달린다. 허영의 언어를 달고 위선의 동작을 이끌며 오만의 사고를 목도하면서 그럼에도 의미없는 스무 일을 달린다. 그리고 잠시 머문 사이에 나를 돌아본다. 나의 얇아진 지갑을, 나의 먼지때가 베긴 옷을, 나의 피곤해진 몸을, 나의 부족한 선의를, 나의 마음이 만든 의미없는 나의 모든 상처를.

On the road of 2023 2023.12.22

23. 이면裏面 from 비엔티안 to 남칸 국경

비엔티안에서 빡산, 므앙쿤, 폰사완, 농헷을 거쳐 남칸 국경에서 종점과 시점을 동시에 찍고 다시 폰사완으로 나오는 700km의 위에서 슬퍼도 눈이 없어서 울지 못하는 이면을 쌀반죽이 굽혀서 쌀국수가 되는 이면을 포탄 숟가락을 만들기 위해 주형틀을 먼저 만들어야하는 이면을 5000년 전의 영광이 50년 전의 치욕으로 망가진 이면을 자비 없는 폭격에 동굴에 가득 찼을 죽음만큼 불안했던 이면을 중심에서 멀어진 변방의 방치된 이면을 방치가 거듭되어 불편해지는 이면을 국경이 형제를 가르고 마을을 나누는 이면을 그나마 국경 완충지역의 일요 변경시장에서 만나는 반가운 이면을 드러내기 힘들고 찾아내기 어려운 이면은 어디에나 있을 테지만.

On the road of 2023 2023.12.12

22. 사완나캣-타켁루프-비엔티안

타켁의 메콩강변에 있는 덧칠된 시코타봉 왕국의 흔적을 더듬고 타켁에서 뇨말랏까지 루프의 남변을 달린다. 웅장하지만 저렴한, 무뚝뚝하지만 잔정이 있는 뷰튼리조트에서 이틀을 머물며 루프의 속은 어떨까 싶어서 살짝 들여다 보지만 사람이 밟은 길은 바람이 훑은 결로 사람이 만든 소음은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로 점점 바뀌어간다. 나는 사람인 이유로 바람의 세상이 낯설어서 왔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지만 캄땜은 사람이 아닌 이유로 낯선 사람의 세상에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락사오까지 이어지는 루프의 동변으로 올라간다. 타랑에서는 남튼호수를 안고 사는 강인한 사람들을 만나고 반까탄에서는 이방인을 반기는 수줍은 소녀들을 만난다. 푸타봉 산그늘 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루프의 북변을 달린다. 루프의 북변인 8번 도로는 베트..

On the road of 2023 2023.12.04

21. 천국의 땅, 사완나캣

빡세를 떠나 13번 도로를 타고 북으로 향하다가 메콩의 우안을 따라 사완나캣에 이르려고 방향을 왼쪽으로 튼다. 강변의 돌집stone house,흐안힌에는 종교와 권력이 부딪힌 시간의 흔적이 있다. 시코타봉Sikottabong 왕국 시절에 힌두 성전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크메르 제국의 황제 자야바르만VII의 종교적 욕망을 거쳐 란상 왕국의 대왕 세타티랏의 야심과 시암 왕조의 식민지 굴욕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겨우 남은 것은 옹색한 이야기와 허물어지는 형체뿐이다. 성스러운 불탑인 폰탑ThatPhonh은 돌집에서 동북방향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있다. 폰탑의 이야기는 돌집의 이야기보다 더 분명치 않은데 불기 236년의 12번째 달에 세웠다는 이야기나 인도의 석공이 깎고 다듬었다는 이야기나 150년을 거쳐 완공..

On the road of 2023 2023.11.24

20. 붉은 빡세

다낭에서 출발하여 보이BoY국경을 넘고 볼라벤 고원을 가로질러 빡세PakSe에 도착한다. 거의 반년만에 돌아왔슴에도 세상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새로운 것이 많이 생겼고 익숙한 것이 많이 떠났고 남은 것은 여전히 따뜻하다. 메콩을 안고 지는 노을도 여전히 남아있어서 서늘한 저녁 바람 가운데에서도 시감은 따뜻하다. 남은 것이 뜨거워져 데기 전에 붉은 빡세를 떠나기 위한 채비를 해야겠다.

On the road of 2023 2023.11.21